
"나 돌아왔뜸." 외전격인 제라툴의 기억을 따르는 미션에서 첫 등장한 캐리건
내가 돌아왔단다
스타크래프트가 돌아왔다. 잊혀질 만 하면 스샷 투척, 또 잊혀질 만 하면 동영상 투척으로 기대감의 무한 생명 연장을 해 오며 유저들의 가슴을 이리 저리 가지고 놀더니 드디어 오픈 베타 - 게다가 무료 서비스라는 생색까지 잔뜩 내며 - 로 속편이 공개되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등장하고, 쌈장 이기석, 기욤페트리, 임요환-콩-이윤열의 전성시대, 택용군과 같은 젊은 게이머들이 나타나고 사라질 동안 강산이 한 번도 넘게 변해 왔고, 그동안도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와우로 몇 년 재미를 - 매우 톡톡히 - 본 블리자드는 온라인 서비스에 적합한 시스템들을 동원하여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을 스타2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데, 특히 이번에 처음 즐길 수 있었던 싱글 캠페인 모드는 전작과 유사한 멀티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유저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션 선택, 업그레이드, 연구, 대화 등이 가능한 함선 내의 모습. 콘솔 UI를 대체한다.
싹 바뀐 UI
블리자드는 이제는 게임을 만들어 뽑아 내는 데에는 도가 튼 것 같다. 초기부터 짙었던 아케이드적인 색채와 즐기기 편한 게임이라는 느낌에, 와우 시절 급격히 강화된 동영상 떡밥 투척과 온라인 환경에 적합한 개발 스타일이 스타2에서는 약간의 성인적이고 빈티지스런 간지와 맞물리며 충분히 좋은 분위기를 뽑아 주고 있다. 어둠고 음울하지만 재치 있는 함선 내 공간의 구성은 이제는 애들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는 듯 하다.
대머리로 기억하고 있었던 레이너가 갑자기 머리가 자라 있고, 한국어로 더빙된 목소리가 그의 인상과 잘 매치가 되지도 않았지만 수많은 화려하다 못해 '억' 소리 나오기 좋은 컷씬들과 어드벤쳐적인 함선 내에서의 진행 - 매스이펙트에서는 이게 가장 짜증났는데; - 덕분에 유저들은 캐릭터들에게 쉽게 몰입된다.
이 모든 것들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은 새로운 UI와 그에 따른 게임의 진행방식의 변화 때문이며, 캐릭터와 사물들의 적절한 배치틀 통해 (누군가에게는 조금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각종 기능UI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요즘 게임 같은' 냄새는 게임을 세련된 맛으로 치장한다.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GFX Scaleform을 활용한 연출들도 눈에 띈다.

오딘 클로즈샷
종족별 거대 유닛들
스타2에서는 영웅 유닛이나, 용병 유닛과는 별도로, 종족별 유닛이 미션 중 등장한다. 우왕~ 나 어릴 적에 건담 타고 적들 다 쓸어버리고 싶었어! 라며 가슴이 두근댈 유저들을 위한 블리자드의 배려인 듯, 이 녀석들은 실제로도 엄청난 위력을 보이며 전장을 휩쓸고 다닌다.
뭐.. 등장하지 않는 미션에서는 '아 꿈이었구나'를 외치며 얼른 쪼렙 유닛들을 뽑아야 하지만 말이다.

그냥 네임드지만 이뻐서 : 후반 미션에 등장하는 네임드(?) 배틀크루져. 용병상인에게 살 수 있는 배틀크루져와 비슷하다.

용병 유닛이지만 제일 열심히 써서 : 이놈이 그 놈

테란의 궁극기 오딘. 정말 심하게 강하다.

프로토스의 특수 유닛 마더쉽

아마도 저그의 특수 유닛인 듯. 야마토로 태워버려서 이름도 읽지 못했다.

이렇게 다소 연출이 강한 미션도 있다. 이래 뵈도 축제중인 장면. 유닛 그림자는 모두 실시간 그림자다
명불허전 블리자드
물론 냉정히 바라보면 워해머 시리즈와 다소 비슷해지기도 했고, 미국 액션영화의 클리셰들도 많이 차용되었으며, 게임플레이는 크게 변화한 것이 없다. (1편과의 큰 시간의 갭이 진부함을 날려 주었을 뿐) 그래도 최근 몇 년간 나온 RTS게임들 중, 플레이 하는 내내 이렇게 귀찮지 않고, 짜증나지 않고, 즐겁게 해 볼 수 있었던 게임은 없었다.
미션의 선택권이 생겨났고, 도전 과제, 업적 등 와우나 기타의 경험들로부터 얻어 낸 블리자드식 노하우도 눈에 띈다. 플레이 시간을 어느 정도는 보장해 주는 이런 컨텐츠들은 무리 없이 즐기는 가운데 유저를 멀티플레이로 자연스레 이끌 듯 하다. 특히 몰려 오는 적을 적절한 유닛 조합으로 막아내는 도전 과제는 대전 게임에서 빌드 만큼이나 중요한 노하우를 적절히 알려주게 된다.
긴 시간을 할애한 만큼 게임의 완성도는 심하게 높다. 로컬라이제이션, 연출, 모핑을 이용한 듯 발성을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의 입 모양, 전적이 자연스럽게 함선 배경에 드러나는 효과, 폭발 등의 파티클 이펙트, 적절하고 예쁘게 적용된 셰이딩 기법들, 매쉬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유닛들의 애니메이션, 질리지 않는 미션마다의 각기 다른 매력 등 시간에 쪼들렸다면 결코 담을 수 없었을 내용들로 스타2는 가득하다.
수많은 경쟁작을 꺽고 스타크래프트가 - 특히 국내에서 - 유저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간결하고 직관적인 게임성이 큰 요인이었다고 본다. 그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는 전작이 갖고 있던 매력들 정도는 모두 보유하고 있는 듯 하다. 유저들을 멀티로 끌어 내고, 전작과 비교하며 비평을 가할 수많은 이들을 잘 다독일 수만 있다면 스타크래프트2는 자연스레 또 이 시대의 대세가 될 듯하다.
어쩌겠는가. 잘 만들고 재미있는데. e스포츠 협회와 갈등이 있든 말든, 블리자드의 운영정책이 와우 유저들 사이에서 욕을 먹든 말든, 게임은 재미만 있으면 다 플레이하게 되는 법이다. 꽤나 잘 만든 게임 앞에서 또 한 번 동종업계 종사자라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폭발 이펙트 :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

슬슬 끝이 보기이 시작할 무럽의 저그 미션

뭐 이런 냉각기를 터뜨리는 미션도 있다.

캐리건과의 일전을 앞두고는 본영이 이런 곳으로 옮겨진다.

마지막 전투. ㅎㄷㄷㄷ

정말로 맵에 등장하는 캐리건. 몇 번이고 나타난다.

고대 유물. 테란 민션은 내내 유물만 모으다 유물로 끝난다.

게임을 잘 가르쳐 주는 도전 과제들 (타 종족을 플레이해볼 수 있다)
멀티플레이의 익숙함과 캠페인의 신선함으로 파고든다
지난 번 클로즈드 베타 때에 몇 차례의 단판 게임을 해 보며, 스타크래프트1과 별 다를 것 없는 게임성에 실망을 한 일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게임의 레벨 디자엔에 쓰이는 에디터 툴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잘 만들어 둔 블리자드의 개발진의 입장에서, 새로운 유닛을 넣고 새로운 맵을 찍어 스타크래프트1과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내는 정도의 일은 한두 달이면 완료될 작업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을 놀라게 할 만한 게임 컨텐츠를 보여 주지 못한다면 그건 개발진들의 태만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캠페인 모드를 클리어한 뒤의 소감을 정리하면, 그들 역시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유저들이 기대한 것들은 기대한 만큼, 기대하지 않은 것들은 기대한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좋은 게임을 만들어 냈다고 말하고 싶다.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시작은 센세이셔널하지만은 않았다. 게임성이 크게 신선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PC방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서서히 즐기기 쉬운 스타크래프트가 세를 키울 수 있었고, 확장팩이 나올 즈음에야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스타크래프트2도 그렇듯, 블리자드 게임들은 결코 새롭지 않지만, 재미있고 명쾌하다. (지금 스타크래프트2를 해 보며 '스타1이랑 똑같네' 라는 말을 하게 된다면 기획자가 일을 덜 열심히 했다라는 비판은 될지언정 이 게임이 재미있지 않다는 의미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차를 두고 발매되는 세 종족의 이야기들은 매번 이슈를 양산하며 라이트유저를 스타크래프트2의 세계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유입된 이들은 이왕이면 스타보다는 스타2를 하자는 친구의 꼬임, 수많은 유즈맵 게임들 덕분에 별 수 없이 스타크래프트2에 머물게 될 것이며, 블리자드는 이렇게 배틀넷에 머물게 될 유저들로부터 어떻게 과금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이미 세워 두었을 것이다.

아이어의 마지막 날. 얽 이거 못 막아;;
성공을 조심스레 점치며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C&C 시리즈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의 경쟁작이 있었지만 지금은 RTS에서 블리자드 게임들의 입지는 매우 공고하다. 명맥을 이어 나가는 다른 시리즈들도 있지만, 최근의 RTS는 블리자드가 지향하는 대중적인 게임과는 다르니 경쟁작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결국 스타2의 최대 경쟁자는 스타1 뿐이며, 이 문제는 시간이 서서히 해결해 줄 것이다.
잘 정제되고 절제된 블리자드의 개발력은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기까지 걸렸던 시간을 상기하면 디아블로3는 언제쯤 보게 될는지 두렵다 못해 정신이 멍할 정도지만, 그 역시 기대한 만큼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리라고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매번 훌륭한 게임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블리자드는 꽤 오랫동안 많은 게임 개발자들의 귀감이 될 듯하다.
그리고 또 이렇게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앍 내 네일아트!
- 캐리건은 다시 사람이 된다
- 헤어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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